우주선을 숨겨두다

Pit 홈페이지 배포&인사이트편

2026.05.22

우주선을 숨겨두다

지난 1편에서 홈페이지를 관통하는 3가지 전략과 피 말리는 5가지 UX 의사결정을 다뤘는데요.

2편에서는 여정 끝에 탄생한 진짜 결과물과, 디자이너로서 깨달은 솔직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참, 1편에서 예고했던 제 가슴속 '비밀 우주선' 도면도 드디어 오늘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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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피그마 너머에서 발견한 '경험의 아키텍처'

피그마 화면을 수백 번 뗐다 붙였다 하고, 팀원들과 밤낮으로 모니터를 노려본 끝에 마침내 대망의 '배포' 버튼을 꾹 눌렀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완성되어 지금 실제로 굴러가고 있는 우리 홈페이지의 핵심 구조!
구석구석 어떤 고민을 녹여냈는지 바로 보여드릴게요.

단순히 웹페이지 5개를 만든 게 아니라, 우리 팀의 아이덴티티를 지속해서 전파할 하나의 '살아있는 인프라'를 구축했죠.

  • 숫자로 신뢰를 빡! 주는 메인 화면
    멋들어진 슬로건 대신, 실시간 성장 지표로 "우린 진짜 구르는 팀이야"를 증명합니다.
  • 게임처럼 몰입하는 Chapter 기반 로드맵
    지루한 기능 목록을 넘어, 유저가 함께 모험할 수 있는 '연속적인 여정'을 제안합니다.
  • 매일 살아 숨 쉬는 실행 기록 (지금 보시는 이 페이지!)
    한 번 오픈하고 멈춰있는 화석 같은 웹이 아닙니다. 팀의 치열한 인사이트가 매일 축적되는 '유기적 데이터 뱅크' 역할을 하죠.
  • 강점과 기록이 연결되는 팀 페이지
    차가운 조직도는 가라! 팀원의 뾰족한 강점과 실제 실행력을 매칭한 '입체적인 프로필 아카이브'입니다.
  • 맥락으로 납득시키는 서비스 페이지
    메뉴판 같은 일방적 설명은 없습니다. 우리 팀의 문제의식과 실행 끝에 도출된 '필연적인 결과물'로서 서비스를 보여줍니다.

디자이너가 뼈저리게 얻은 3가지 전략적 인사이트

이번 프로젝트는 저에게 단순히 '웹사이트 하나 오픈했다'는 성취 이상의 깊은 배움을 남겼습니다.
화면이라는 예쁜 껍데기 너머, 브랜딩과 UX의 본질에 대해 치열하게 깨달은 점들을 기록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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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이아웃이 아니라 '에스코트'를 설계할 것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건 그냥 텍스트랑 이미지 보기 좋게 배치하는 작업이 아니더라고요.
    처음 온 방문자에게 무엇을 먼저 보여주고, 어떻게 설득해서, 어떤 인상을 남길지 안내하는 '에스코트 과정'에 가깝습니다.
    빽빽한 정보보다 중요한 건 유저가 길을 잃지 않고 우리 팀에 스며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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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예쁜 화면보다 '우리 팀 정의하기'
    피그마로 최종 화면만 예쁘게 뽑아내는 건 디자이너 역할의 일부일 뿐이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내내 "그래서 우리 팀은 진짜 뭐 하는 팀이고, 세상에 무슨 얘길 하고 싶지?"를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정리했거든요.
    디자인은 결국 팀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시각화하고 하나로 묶어주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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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반짝 예쁜 것보다 '오래 쓰는 그릇' 만들기
    오픈할 때만 반짝 예쁘고 마는 디자인은 실패작입니다.
    앞으로 우리 팀이 성장하면서 쌓아갈 수많은 실험과 삽질들을 스펀지처럼 다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필요했죠.
    당장의 시각적 화려함보다, 앞으로 콘텐츠가 계속 자라날 수 있는 '단단한 그릇(시스템)'을 만드는 게 진짜 브랜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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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사실 제 가슴속엔 ‘우주선’이 한 대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이성적이고 멋지게(?) 마무리했지만, 사실 디자이너로서 밤잠을 설치게 했던,
꼭 하고 싶었던 비밀 세계관이 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여기에 슬쩍 털어놓아 봅니다. 🤫)

앞서 메인 화면에 '성장 흐름 지표'를 넣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때 제 가장 큰 고민은 "차트랑 숫자만 덜렁 보여주면 방문자가 이게 뭘 뜻하는지 어떻게 직관적으로 알아채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데이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맥락을 설명해 줄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제 머릿속 상상의 나래가 우주 너머로 날아가 짜낸 치트키가 바로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탐험가들'이라는 세계관이었습니다.

아영_확인

"우리 팀을 낯선 행성에 도착한 탐험가들로 설정하자!
아직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미지의 시장에 일단 뚝딱뚝딱 베이스캠프를 세우는 거지.
그리고 레이더를 돌려 지잉- 지잉- 공중에서 흘러나오는 '데이터'라는 작은 신호를 발견해.
그 신호를 쫓아 영역을 넓혀가다가 마침내 EXIT(탈출)를 향해 나아가는 거야!"

이 세계관을 입히면 메인 화면의 난해한 성장 지표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이 낯선 행성에서 어떤 좌표를 찍고 길을 찾아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우주 탐사선의 대시보드'로 단번에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저들이 지표를 보며 "아, 얘네가 지금 행성 탐사를 이만큼 진행했구나!"라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말이죠.

나아가 로드맵 구조도 뻔한 단계 목록 대신 ‘Chapter 1. 낯선 행성에 캠프 만들기’, ‘Chapter 2. 캠프 정비하기’처럼 하나의 모험 퀘스트처럼 보여주고 싶었고, 실행 기록 역시 '탐험 일지'처럼 꾸며서 우리가 어디서 헤맸고 어떤 신호를 발견해 다음 행성으로 이동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서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 맞다, 이거 첫 공식 홈페이지지?" (이성의 브레이크)

한참 신나게 아이디어를 짜다 보니 문득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데이터를 쉽게 설명하려던 은유와 세계관의 밀도가 너무 깊어지다 보니, 우리를 처음 만나는 방문자에게는 오히려 “와 힙하긴 한데... 그래서 이 팀 정확히 뭐 하는 팀이길래 우주 얘기를 해?"라는 또 다른 의문을 남길 수 있겠다는 위험 요소가 보였거든요.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가 오히려 '정보의 명확성'을 가릴 수도 있겠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들었습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세계관의 볼륨을 살짝 낮춰,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신 로드맵 구조나
실행 기록 같은 설계 안에 티 안 나게 조용히 녹여두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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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우리가 지은 첫 번째 베이스캠프에서

비록 상상 속 우주선을 전면에 띄우진 못했지만, 이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첫 베이스캠프를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건 화려한 외관보다 찾아오는 동료들이 길을 잃지 않게 안전한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니까요.

지금 여러분이 발을 디디고 계신 이 홈페이지가 바로, 저희가 며칠 밤을 새우며 뚝딱뚝딱 지어 올린 안전하고 단단한 베이스캠프입니다.

앞으로 이 홈페이지에 우리 팀의 치열한 삽질과 실행 기록이 빽빽하게 쌓이고 팀의 방향성이 더 선명해진다면, 가슴 속에 묻어둔 이 우주선 도면을 슬쩍 다시 꺼내보고 싶습니다. 우리 팀이 이 낯선 행성에서 어떤 캠프를 다져가고 있고, 어떤 신호를 발견해 나가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날을요.

그렇게 된다면 이 공간은 단순히 우리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넘어, 진짜 Pit의 세계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우주 기지가 될 수 있겠죠?

자, 글을 다 읽으셨다면 이제 마우스를 움직여 우리의 첫 번째 베이스캠프를 구석구석 구경해 보세요!
다른 대원들이 남긴 생생한 기록도 좋고, 팀 페이지에 숨겨진 제 프로필 카드를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챕터의 신호를 잡으러 이만 움직여 보겠습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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