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Pit한 브랜딩 스토리 ①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

2026.04.03

어쩌다 Pit한 브랜딩 스토리 ①

#00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

팀원 소개를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디자이너입니다.

가끔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Save-Load’를 반복하곤 하는데요. (feat. 발더스게이트 3)
그럴 때마다 시간을 되돌리는 주문처럼 ‘도르마무!’를 외치곤 하죠.
그런데 이 주문을 회사 업무를 하면서도 외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가 어쩌다 회사에서 도르마무를 외치게 되었는지, 그 눈물겨운(?) 사연을 확인하러 가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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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아쉽지만, 전문가가 더 잘해주실 거야…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고백하자면, 저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두 개 정도의 제품 브랜딩을 경험해 보긴 했지만, 저의 주 업무는 프로덕트 디자인이거든요.

그래서 입사 직후 브랜딩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막막함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기왕 맡은 거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팀원분들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와 퍼실리테이션 활동을 진행하며 핵심 가를 도출하려 애썼고, 나름의 디자인 원칙도 세워보려 노력했습니다.
제 짧지 않은 디자인 경력과 인생 경험을 모두 끌어모아 'Pit'을 정의하려 분투했죠.

정말 얼마나 깊게 고민했느냐면요, 나중에는 '사람은 왜 살까?'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봉착해 한동안 철학의 늪에 빠져 살았을 정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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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 되는 건 정말 안 되는 걸까요? 3주라는 시간을 꼬박 쏟아부었지만 결국 만족스러운 답을 찾지 못했고,
결국 우리 브랜드의 운명은 외부 전문가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가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제 손으로 끝까지 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슬픔이 컸거든요.


그런데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하죠? 브랜딩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니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더라고요.
바로 다음 날부터는 밥이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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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하지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전문가의 손에 브랜딩을 맡기고 난 뒤, 제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휴, 이제 진짜 내 본업인 프로덕트 디자인에만 집중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났죠.
3주간 저를 괴롭혔던 철학적인 고민들도 안녕이었습니다.

얼마 후, 외주 디자이너분을 통해 우리 브랜드의 핵심 스토리와 'PIT'라는 이름이 도착했습니다.
세련된 논리와 탄탄한 스토리를 보며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하고 감탄하며 안도했죠.
이제 제 앞에는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역시 인생 퀘스트는 끝나지 않는 법

브랜드의 '뼈대(Story)'는 세워졌지만, 그 뼈대에 살을 붙이고 옷을 입히는 일—즉,
실제 로고를 그리고, 그래픽 모티브를 잡고, 비주얼 시스템을 구축하는 모든 실무가 다시 제 책상 위로 '드랍'되었습니다.

"스토리는 나왔으니, 이걸 우리 서비스에 녹여내고 비주얼로 구현하는 건 우리 디자이너님이 가장 잘하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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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
전문가가 모든 패키지를 완성해서 넘겨줄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다시 일러스트레이터 창을 띄워놓고 펜 툴을 잡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더 어려운 퀘스트가 시작된 셈이죠. 남이 쓴 스토리를 완벽하게 해석해서 시각적으로 증명해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다시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듯, 대문자 'PIT'라는 글자를 붙잡고 밤샘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이 세 글자가 어떻게 지금의 유연한 'Pit'가 되었는지, 그 삽질의 기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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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Pit한 브랜딩 스토리 2편 보러가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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