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Pit한 브랜딩 스토리 ③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철학이 될 때

2026.04.30

어쩌다 Pit한 브랜딩 스토리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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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2% 부족할 때

로고라는 '형태'를 잡는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바로 "우리를 어떤 색으로 표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였죠.

빨주노초파남보... 세상에는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수천만 개의 색상이 존재하지만, 우리에게 '핏!' 하게 들어맞는 옷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색을 대봐도 우리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다 담아내기엔 2%씩 부족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우리는 '초개인화'를 지향하는 서비스잖아. 그렇다면 유저 개개인은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특정한 하나의 색으로 규정되기보다, 수많은 유저가 가진 다채로운 개성들을 하나로 포용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마치 다채로운 색상의 빛들이 모여 투명한 화이트가 되듯 유저의 기회를 밝혀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상의 모든 색이 한데 섞여 가장 깊은 블랙이 되듯
유저의 모든 데이터를 단단하고 묵직하게 담아내는 중심점 말이죠.

그렇게 해서 모든 색의 근간이 되는 '에센셜 블랙(Essential Black)'과, 유저들의 다양한 기회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8가지 시스템 컬러'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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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컬러로 우리는 또 하나의 나를 만든다!

또 하나의 나? 컬러 얘기 하다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혹시 유희왕을 생각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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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는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2개의 컬러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딱딱한 PIT가 왜 부드러운 Pit가 되어야만 했는지, 그 결정적인 이유로 이어지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죠.

우리의 브랜드 스토리, '디지털 자산화'를 기억하시나요?
이 개념을 조금 쉽게 풀자면,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내 클론을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디지털 세계의 나'라고 하면 차갑고 기계적인 사이버펑크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저는 정반대로 접근해 봤어요.
제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오히려 '동물의 숲'에 가깝습니다.

디지털 세상에 막 도착한, 이제 갓 태어난 순수한 '나'인 거죠.
갓 태어난 존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디지털의 나
    갓 태어난 아이처럼 순수하고 믿음직한 느낌을 주기 위해 눈이 편안한 색상들을 골랐습니다.
    너무 흐릿한 파스텔 톤은 아니면서도, '나'라는 개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적당히 생기 있는(Vivid) 컬러들로요.
  • 현실의 나
    반면 현실의 나는 디지털 세계의 내가 주는 수많은 정보와 기회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 데이터들이 나에게 도착했을 때 발생하는 기회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현실을 위한 컬러는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고채도의 네온 컬러들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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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나'는 신뢰감 있게, 현실의 '기회'는 에너지 넘치게!
이렇게 완벽한 두 세계의 컬러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니 저는 확신했습니다.
"됐다, 이제 이 예쁜 옷들을 로고에 입혀주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그 옷을 입혀본 순간 저는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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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잠깐, 로고의 상태가?

현실과 디지털을 넘나드는 유연한 세계관과 컬러 시스템을 다 짜놓고 심볼에 적용해보니, 갑자기 엄청난 이질감이 저를 덮쳤습니다.

"아니, 근데... 우리 로고 왜 이래?"

현재의 부드러운 로고가 아닌, 당시의 대문자 로고(PIT)는 무슨 대기업 보안실이나 철벽 같은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자꾸 헬스장의 '핏!'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브랜딩을 하다 보면 왠지 대문자를 써야 더 대단해 보이고 '있어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하지만 저는 그런 딱딱한 느낌을 다 걷어내고 싶었습니다.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것보다, 결국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니까요.

i, t를 소문자로 바꾸고 나니 비로소 핏 하게 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i : 이거 사실 사람이에요
    소문자 i를 자세히 보세요. 동그란 점은 머리, 밑에는 몸통. 귀엽지 않나요? 이건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나 자신'을 상징해요.
    뻣뻣하게 서 있는 대문자 I는 사람 냄새가 안 나잖아요.
    유연하게 움직이는 소문자 i여야만 우리 유저들의 다채로운 가능성을 다 담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t : 자를 집어 던진 유연함
    대문자 T? 진짜 각 잡힌 군대 같죠. 수직! 수평! 오차는 없다! 하지만 우리 시스템은 그러면 안 되거든요.
    사람의 삶이라는 게 어떻게 자로 잰 듯이 딱딱 맞겠어요? 그래서 꼬리가 살짝 휘어진 소문자 t를 선택했습니다.
    "우리 시스템은 당신의 맥락에 맞춰서 부드럽게 변해요~"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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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컬러 Essential Black이 "걱정 마, 우리가 지켜줄게!"라는 든든한 가드라면,
소문자 Pit는 그 안에서 뛰어노는 유저들의 부드러운 인간미를 담당합니다.

서체도 일부러 All Round Gothic을 썼어요.
기하학적으로 완벽해 보이면서도 끝이 둥글둥글해서 만지면 말랑할 것 같은 느낌!
혁신적인 기술을 다루지만, 목소리만큼은 누구보다 다정하고 인간적이고 싶었거든요.

형태, 컬러, 그리고 폰트까지. 드디어 제가 처음부터 머릿속에 그렸던 '진짜 Pit'의 온도가 완성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딱딱한 알고리즘 덩어리가 아니라, 비로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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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철학이 될 때

대문자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소문자의 가벼움을 택한 순간, Pit은 단순한 로고가 아니라 우리의 '태도'가 되었습니다.

유연한 시스템(t)으로 당신의 소중한 맥락(i)을 지켜내고, 결국 당신을 세상에 하나뿐인 귀한 자산으로 증명해내는 것.
이게 바로 제가 며칠 밤을 새우며 '도르마무'를 외치고, 따릉이 위에서 비명을 지르며(?) 찾아낸 우리만의 정답입니다.

여기까지, 저의 눈물겨운 브랜딩 삽질 기록은 끝입니다!
이제 'PIT' 말고 'Pit'라고 불러주실 거죠?
(참고로 핏!이 아니라 '피-아-이-티'라고 읽어주시면 더 좋습니다. 하핫!)

아영_확인

앗, 그리고 떠나시기 전에 잠깐!
썸네일 속 굿즈들이 어떻게 나왔는지, 혹은 로고 외에 다른 그래픽들은 어떻게 쓰이는지 혹시 궁금하신가요? 사실 그래픽 모티브 활용법이나 상황별 컬러 가이드 같은... 4편으로 쓰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엄청난 TMI들이 더 남아있거든요.

이걸 아티클로 다 풀자니 너무 지루해하실까 봐 (사실 제가 힘들어서...) 여기까지만 적으려 합니다.
대신, 제가 영혼을 갈아 넣은 [Pit 브랜드북]에 그 남은 이야기들을 꾹꾹 눌러 담아두었습니다!

보통 브랜드북 하면 "로고는 0.1mm도 틀리지 마라", "이 색깔 아니면 죽음뿐이다" 같은 숨 막히는 시스템 이야기만 가득하잖아요?

여러분을 위해 지루한 잔소리(로고 규정 같은 거...)는 제가 최대한 뒤로 빼거나 싹 쳐냈습니다. (피그마에서만 존재하는 상상의 시스템이 되었죠.) 안 지루하다고 장담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가이드북보다는 훨씬 읽을만할 거예요!

자, 이제 진짜 끝입니다!

모두들... 도르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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